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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rt exhibition

서고운 _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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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Details
태반의 무게
서고운
2022.02.23 ~ 2022.03.20
갤러리 밈(인사동)
관람료 무료

2020년은 나에게 너무 큰 변화가 생긴 해였다. 결혼 7년 만에 새 생명을 어렵게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나와 쏙 빼닮은, 세상에 하나뿐인 아기를 키우면서 그저 머리로만 알고 있었던 많은 문제들의 곁가지들과 속사정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출산 직후, 나는 병원에 미리 부탁을 해놨던 태반을 받아와 직접 만지고 관찰했다. 열 달 동안 나와 아기를 연결하고 있던 태반은 내 손안에서 여전히 따스한 온기를 전달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난 뒤, 마지막 순간까지 생의 기운을 뿜어내던 태반. 그 미끈거리고 물컹한 감촉, 회 보랏빛 색깔과 따스한 온도, 태반의 묵직한 무게가 생경하면서도 너무도 신비로웠다. 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살아온 내가 엄마로서 살아갈 앞으로의 책임에 대한 무게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내가 직접 만지고 바라본 태반과 탯줄을 꼭 새로운 작품 안에 어떻게든 그려내고 싶었다. 태반이 모체로부터 산소를 공급받아 아기에게 전달하듯이 생과 사를 이어줄 수 있는 모티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전시 리플렛 발췌

전시장을 처음 들어가서 본 작품입니다. 그리고 제일 와닿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운 엄마라면 모두 공감할 장면일 것입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엄마의 탓인양 밤새 울었던 기억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번 서고운 작가의 개인전은 전시를 하기전부터 보고싶었던 전시였습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너무나도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이야기를 하듯 엄마들도 모이면 아이들의 출산과정을 서로 공감하며 이야기 합니다. 저는 전시를 보는 내내 여러 엄마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공감을 받았습니다.

못보고 지나칠뻔 했던 작품입니다. 모든 전시장은 꼭 구석구석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보석같은 작품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전시제목 그대로 태반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작품입니다.

예전의 작가의 작품도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인간의 본성을 느끼게하는 상징들로 가득했습니다. 너무 날것으로 드러내서 끝나고도 계속 찝찝한 여운이 남아있는 영화 한편을 본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분컷
부분컷

아이를 앉고 있지만 불처럼 뜨거워 꼭 안을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한번 처절하게 느끼고 싶은 분들은 20일까지 갤러리 밈에서 서고운 작가의 작품을 보러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내가 죽으면, 아기야, 내가 너의 마지막 아기가 될게.
나를 너의 품에 안고 태반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줘.
따뜻한 포옹으로 나는 너의 영원한 어린아이가 될 테니.
떨어지는 별들이 내 눈물에 녹아
멀고 먼 천사들을 네 눈앞에 보여줄 수 있도록
어둠 속에서도 빛은 있으니
큰 슬픔이 떨어질 때 너의 절망도 함께 돌려보낼게.
너의 꿈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눈물로 품은 사랑이 무엇인지 기억할 수 있도록.

-서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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